CARNIVAL 소설판 감상


(이미지는 enomoto님 블로그에서 멋대로 슬쩍;;)


만족도 : A

지금 생각해보면, 언젠가 이렇게 되어버릴 거라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혹시 일이 틀어져버리더라도 그 전에 골에 뛰어드는 것이 가능하다면, 아무 문제 없을거고 생각하고 있었어.
골은 아직 보이지 않아. 그때 상상했던 것보다, 우리들은 너무 오래 살아버린 거겠지.

일시정지 버튼따윈 어디에도 없고, 가지고 있는 것을 있는 힘껏 전부 다 쓴 순간에 딱 좋게 존재가 사라져 버리지도 않아. 완전히 지쳐, 싸울 기력따위 완전히 없어져서, 용기라거나 희망이라거나 자신을 지켜줄 것이 전부 사라져 버려서, 영화라면 「끝」이라고 텔롭이 나올법한 장면이 지나가도, 생활은 계속되어버려. 결고 멈추지 않아.
거기부터가 정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것이구나 하고 최근 생각하게 되었어.

드라마가 끝나고, 흥분에서 깨어, 마음을 지켜줄만한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 앞으로는 더욱 힘든 나날이 계속되겠지. 하지만, 아무리 괴로워도, 마음이 죽은것 처럼 되어서 아픔도 기쁨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되어버려서, 무얼 해도 무의미하게 느껴지더라도, 이젠 무리야 라고 생각해도, 포기하지 말고, 잘 참고, 앞으로 조금만 더 힘내줬으면 해.

어렸을 떄 보던 것은, 아직 아무것도 몰랐던 시대의 환상따위가 아니라, 지금도 볼 수 있는, 계속 거기에 있는 변치않는 것이었어. 괴롭다고 해서 무리하게 잊어버리지 않아도 됐던거야. 나는 그걸 깨닿는게 너무 늦었어. 필요한 것을, 스스로 숨기고 있었어. 하지만, 이런 나라도 아직 모든것을 잃은건 아니었어.
세계는 잔혹하고 두려울지도 모르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거 따위 우리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텐데.

시간이 지나서, 나에 대한 일들은 잊어버려도 상관 없지만, 내가 지금 여기에 쓰고 있는 말의 몇 부분 정도는 가끔씩 떠올려 준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거야.

추신. 지금까지 고마웠어.
가능하다면, 누구도 미워하지 말고 살아주세요.


「누나는 지금 행복한거야?」
「응, 집에 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해. 미안해」

「나를, 용서해 주는건가?」
「별로. 단지, 죄악감으로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이 세상에 있는게 싫어졌을 뿐이에요」
「죽은 사람은 영원히 용서하지 않아.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끼리라면 서로 용서할 수 있어요. 이건 무척이나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얼마전 엔딩을 봤던 게임 CARNIVAL의 공식 소설판입니다. 엔딩으로부터 7년 뒤를 다룬 이야기로써, 게임에서는 현실에서 눈을 돌려버리듯히 희망차게 끝나버린 두사람의 도피행의 진짜 결말이 그려지는, 원작을 즐겁게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그 엔딩에서 무엇을 느꼈던 꼭 읽어보야 할 물건이죠.

책은 리사에게서 7년만에 걸려온 전화를 동생인 요우이치가 받는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후 당시 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던 요우이치는 과거의 사건에 대해 알기 위해 사건의 희생자들과 만나가면서 사건의 진상을 알아간다...고 소개문에 쓰여있지만, 실제로는 그닥 의미를 가지지 못하더군요.
요우이치와 사오리, 마나부와 리사의 대조를 통해 무언가를 보여주려 했을지도 모르지만, 별로 느껴지는게 없더군요;;

중요한건 역시 마나부와 리사가 맞이하는 결말.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나부와 리사...정확히는 마나부는 결국 파멸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권선징악이라거나, 인과응보라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더군요.

오히려 마나부가 정신병원에서 그의 아버지와 함께 서로를 용서하고(정확히는 마나부가 아버지를 용서하는건가), 하늘을 바라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습니다.
전 역시 게임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해석을 인간찬가로밖헤 하지 못하겠군요;;

죽은 이는 죄인을 벌할 수도 없고, 원망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살아있는 이 끼리는 서로를 용서하는것도 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살아달라는 메시지.
위에 적은 부분은 프롤로그의 번역입니다만, 게임을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대충 누가 누구에게 보내는 메시지인지 짐작...이 갈거라 enomoto님은 말씀하셨지만, 전 사실 어렴풋이밖에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대충은 알겠는데 왜 저런 편지를 남긴걸까.
그리고 소설을 다 읽은 직후 다시 프롤로그를 펼쳐봤을때 머릿속에서 피스가 짜맞추어지는 쾌감.
단연 이 소설의 최대의 볼거리가 아닌가 싶네요.
그러니까 전 암만봐도 이게 세상과 인간의 찬가로밖에...;;
다음에 꼭 한번 감상을 나눠봐야겠습니다.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많은데 역시 게임을 플레이하고, 책도 읽어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거라 생각하고 글을 쓰려 하니 머릿속에서 전혀 정리가 안돼서 이런 짤막한 감상밖에 안돼는군요.

어쨌건, 무척이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한권이었습니다.
위에도 언급 했지만 소설적인 장치가 있긴 한데 제대로 구동하지 않는 상황일지라도 역시 소재의 흥미성 자체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작품. 국내에선 입수가 곤란한게 옥의 티라면 티겠군요;

by 레이츠키 | 2007/08/26 22:04 | 살다보니 읽은것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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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KI☆ at 2007/08/26 23:28
음 정말 기대되네요. 아, 사고싶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enomoto at 2007/08/27 00:08
와! CARNIVAL 소설판 결국은 입수하셨군요.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


CARNIVAL이라는 작품을 어떻게 느끼느냐는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아마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를겁니다.

인간을, 세상을 찬가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분도 계실테고 반대로 그런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잔혹하고 절망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분도 계실테죠.

다른 무엇보다 그때까지 살아온 그 사람의 인생에 의해 바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CARNIVAL이라는 작품은 진정한 의미의 18금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어느쪽이 되었든간에 뭔가의 비판적인 감정이 생겨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건 인간으로서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CARNIVAL이라는 작품은 진정한 의미의 18금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예전에 블로그에 썼던걸로 대체할게요.^^

으음... 요우이치와 사오리, 마나부와 리사의 대조는 제대로 기능한거같은데 마나부와 리사는
결국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본 모습을 상대방에게 보여주지 않았지만 요우이치와
사오리는 요우이치가 사오리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었고 사오리가 그걸 받아들여
주면서 그 둘이 마나부와 리사와는 다른 결말이 있을거라는걸 상상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CARNIVAL 소설판의 이야기가 끝나는거니...^^
Commented by 엔하 at 2007/08/27 13:25
멋지군요, 나름대로 볼만하다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한번 해보고, 구해봐야겠어요...

밀린건 어쩌지;
Commented by 트라이온 at 2007/09/12 18:49
이거 재밌냐 빌려줘
Commented by 레이츠키 at 2007/09/13 10:49
에노모토님 // 아-그런거군하!(..)
타카 // 사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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